입맛에 맞는 의견만 수렴하겠다?

한국여성의전화l승인2022.10.1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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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들어야 할 것은 성평등 실현을 외치는 목소리다

10일 오후, 여성가족부는 부처 폐지와 관련하여 ‘여성계’ 의견을 듣기 위해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IT여성기업인협회 등 총 7개 여성단체 및 직능단체가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한다. 여성가족부는 ‘주요’ 여성단체와 만나 정책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고 밝혔지만, 부처 폐지에 반대했거나 여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간 부처의 존폐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기록을 남기지도 않고, 국회, 국민의 의견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은 채 오로지 부처 폐지를 밀어붙이려고 했던 정부의 행보가 이번에도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지난주 6일, 대통령실, 정부, 국민의힘이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한 정부조직 개편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알려진 지 3일 만에 행정안전부 장관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는 골자의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의 요지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청소년·가족’, ‘양성평등’, ‘권익증진’ 기능을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여성노동’은 고용노동부로 이관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편안에 대해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10일 간담회에서 “각각 수행하던 정책과 서비스가 예산과 프로그램 내용에서 현재보다 더욱 확대, 강화될 것”이며, “인구 절벽 위기 극복 등 미래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향후 가족 생애주기 정책에 양성평등 관점을 반영하여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김현숙 장관과 여성가족부는 독립부처를 다른 부처의 하위 본부로 격하시키고 여성가족부가 해오던 기능을 쪼개어 이관한다면서도 이를 확대, 강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성평등 정책 총괄 및 조정기능 등 여성가족부의 역할 자체를 폐지하는 것과 다름없음에도 부처의 “격이 높아진 것”이라는 설명은 어불성설이며,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에 불과하다. 또한,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선언하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지지율의 수단으로 이용했던 윤석열 정부가 조직 개편의 취지로 “인구 위기 극복”, “실질적 여성 보호”, “효율적 기능 수행”을 내세운 것은 여성들이 겪는 현실에 눈 감은 채 여성을 보호의 대상이자 인구정책의 도구로 삼겠다는 시대착오적인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김현숙 장관이 정부의 입맛에 맞는 ‘여성계’ 의견을 수렴했다는 날, 데이트폭력 신고 건수가 3배 이상 증가했으며, 가해자 검거율은 감소했다는 통계가 언론에 보도되었다. 여성들은 지금도 매일 폭력의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으며, 학교, 직장 등 일상 대부분의 영역에서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이해관계자, 전문가, 관계부처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했다”던 정부는 대체 누구의 의견을 듣고 누구와 소통했는가. 여성인권 보장과 성평등 실현이라는 책무는 잊은 채 여성들의 목소리를 삭제하면서 윤석열 정부는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해온 우리 시민들은 정부의 퇴행적인 행보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 이에 오는 10월 15일, 여성가족부 폐지안을 규탄하기 위해 ‘성평등 민주주의 후퇴, 우리가 막는다’는 이름으로 전국 집중 집회를 개최한다. 윤석열 정부가 기만적인 여성가족부 폐지안을 내놓으면서 외면했던 현실을, 성평등 실현에 대한 우리의 열망을 보여줄 때다. 윤석열 정부가 후퇴시키려 하는 성평등 민주주의, 우리가 지켜낼 것이다.

(2022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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