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의 사전선거운동 금지 조항 합헌 결정 유감

참여연대l승인2022.11.3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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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4일,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 선거운동 정의조항(제58조 제1항 제1호)과 사전선거운동 금지 조항(제254조 제2항)에 대해 합헌 결정(2021헌바301)을 내렸다. 특히 제254조 제2항은 정당과 후보자에 대해 의견을 표현하고자 하는 유권자와 시민사회단체들의 입을 막고 활동을 위축시켜온 대표적 독소조항 중 하나이다. 공직자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유권자들은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공론화하기 위해 수단과 시기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이 표현할 자유가 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소장 : 유성진 이화여대 교수)는 유권자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적 법익을 외면한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에 유감을 표하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공직선거법 제58조(선거운동의 정의)와 제59조(선거운동기간), 제254조(선거운동기간위반죄) 등을 포함한 선거법의 전향적인 개정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한다.

유권자는 시기, 수단, 방법에 구애 받지 않고 의사표현할 수 있어야

헌법재판소는 사전선거운동 금지 조항과 관련해, ‘기간 제한 없이 선거운동을 허용할 경우 후보자 간의 지나친 경쟁이 선거관리의 곤란으로 이어져 부정행위의 발생을 막기 어렵고, 후보자 간의 경제력 차이에 따른 불공평이 생길 우려가 있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본질은 사전선거운동 금지 조항이 후보자가 아닌 유권자에게 적용되어 표현의 자유를 과다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것에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7월 21일,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정당명이나 후보자명을 명시한 시설물을 설치할 수 없도록 금지한 조항인 공직선거법 제90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후보자 간의 경제력 차이로 인한 선거 기회의 불공평은 선거비용의 제한과 보전으로 해결’하면 된다고 언급한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정반대로 후보자 간의 기회 균등만을 내세워 유권자 표현의 자유 침해를 묵과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선거운동의 정의 조항 또한, 헌법재판소는 ‘선거운동에 해당하려면 당선 내지 득표에의 목적성, 그 목적성의 객관적 인식가능성, 능동성 및 계획성이 필요하고, 이와 같이 풀이한다면 법집행자의 자의를 허용할 소지를 제거할 수 있고,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선거운동과 단순한 의견개진을 구분할 수 있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가 해당 조항을 근거로 법 집행자의 자의를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은 그간 수사기관과 법원의 일관되지 않고 월권적인 법 적용 및 해석으로 유권자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어온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선거시기 후보자의 정책을 비판하고자 피켓을 든 행위를 단순한 의견개진이 아닌 선거운동이라 해석하고 처벌한 것은 선관위와 검찰과 경찰 그리고 법원이다. 유권자는 단순히 득표나 당선이란 목적을 넘어 선거 과정 전반에 대해 의견을 표출하고 결과에 자신의 의사가 반영될 것을 기대하며 참여한다. 이 조항의 선거운동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할 대상은 정당과 후보자이지,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유권자가 아니므로 법집행자의 자의를 적극적으로 방지할 방법이 보완되어야 한다.

또한 사전선거운동 금지 조항인 제254조 제2항은 유권자가 기자회견이나 1인 시위에서 주로 사용되는 피켓, 현수막 등 인쇄물 또는 시설물에 정당명과 후보자명을 적시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거나, 정책에 대한 비판을 공론화할 수단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운동의 정의를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로 명시하는 이상, 유권자는 선거에 관해 선거일 전부터 13일을 제외하고는 예비후보자나 정책에 대해서 비판하거나, 각 정당의 공천 심사 결과에 대해서 말하기가 어렵다. 반면 정당과 후보자는 선거일 전 13일보다 먼저 선거를 준비하고 선거운동을 시작한다. 예비후보자 등록일은 선거일 전 120일부터고, 그 사이 각 정당은 자체적으로 정당후보자 공천 심사를 진행하며, 후보자등록 마감 후 6일이 되어야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정당 및 후보자의 정책에 대한 비판, 공천 과정에 대한 비판 등 정치적 의사표현까지 선거운동으로 해석한다면 표현의 자유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지난 21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자당을 비판한 칼럼을 기고한 임모 교수와 이 글을 게재한 경향신문 편집인을 고발한 바 있다. 또한 20대 총선 시기 국회 정문 앞에서 최경환 당시 의원이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채용비리에 연루됐다고 주장하며 공천 반대 1인 시위를 진행한 김민수 당시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최종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유권자 표현의 자유는 선거운동 기간과 관계없이 보장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규제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으로 그쳐야 한다.

국회, 사전선거운동 금지 조항 등 선거법 전향적으로 개정해야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에 더해,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앞장서서 보장하려고 하지 않는 국회의 태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는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자 선거법 개정 논의에 앞장선 적이 없다. 국회는 이번 하반기에도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며 유권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선거법 개정을 여야 합의 안건으로 내세웠지만, 아직도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정개특위는 이번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을 핑계로 제254조 등에 대한 국회의 개정 논의를 늦추거나 후퇴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선거법은 유권자를 비롯한 모두의 선거운동 수단과 방법, 시기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 및 후보자간 선거‘비용’을 중심으로 엄격히 규제하여 후보자간 선거운동의 기회 균등 및 유권자 표현의 자유를 모두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2024년,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준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개특위는 전향적인 선거법 개정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2022년 11월 30일)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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