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기축년 새해가 밝았다. 우직한 소걸음(牛步)에 희망을 그려야 하지만 대한민국 현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이명박 정부가 실정에 실정을 거듭하기 때문이다. 경제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할 것을 기대했지만 상황은 오히려 경제 최악이다. 어려운 경제 여건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하는데 국내경기 위기를 국제경제 위기 탓으로만 돌린다. 타산지석을 기대했지만 아전인수격이다. 위기관리 능력이 없다. 그러면서 재벌에게만 온갖 특혜를 준지 오래다.

집권초기 ‘강부자’ ‘고소영’ 내각이라는 비아냥을 받더니 영어몰입식 교육과 특목고와 자사고 광풍에 빠졌다. 미 광우병쇠고기 수입 문제로 촛불을 밝히게 했고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던 한반도대운하 사업을 4대강 살리기 구실로 지난 연말 안동과 나주에서 첫삽을 뜨는 ‘강심장’을 연출했다. 국민들 눈과 귀를 막고자 언론장악을 기도하고 노동자를 거리로 내몰고 있다.

사회통합은 안중에도 없고 사회갈등만 조장한다. 지난해 중반 좌우를 총망라한 사회통합위원회를 준비한다던 청와대는 되레 진보 퇴출에 여념이 없다. 이념대결을 최소화해 국민통합을 이끌어야하는 대통령이 이념대결을 부추키고 있다. 시민단체 허울을 쓴 보수그룹들은 정치집단화를 노골화하고 있고 이명박 정부도 여기에 부화뇌동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총체적 난맥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이는 애초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상황이 반전하면서 시작됐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혹자는 이와같은 상황을 두고 이명박 정부는 민주화 이후의 보수정권이라기보다 민주화 이전의 보수정권이라는 인상이 짙다고 설명한다. 사실 민주화 시대에도 시민사회의 의지가 직결된 곳은 정치 영역이었다. 정부의 속살인 관료사회, 경제의 속살인 재계, 특히 재벌 내부, 유전무죄가 판을 치는 법조계 등은 시민사회의 온기가 미치지 않는 한대 지방이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대 지방을 중심으로 반시민적 내지 비시민적 역풍이 시작된 것이다. 정권이 교체되자마자 검찰과 경찰은 권력의 시녀와 충견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고 인권침해를 서슴치 않고 있다는 게 그 증거다. 바꿔말해 이는 시민사회의 미성숙과 민주세력의 무능의 탓도 컸다는 지적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와함께 이명박 정부의 선진화 정책의 실체는 재벌체제와 신자유주의의 결합, 관료주도형 관치경제의 변형, 여기에 대한 보수언론의 엄호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미 부작용이 심하여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이 불가피한 구세력의 새로운 등장이라는 성격이 강하고, 지난해와 올해 이명박 정부를 평가하고 전망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는 비판이 비일비재하다.

시민들은 지금 한국의 1970년대에 권위주의 독재 정권과 개발연대 시대로 다시 회귀하여 살고 있는 것이 아닌지 착각을 한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가 너무나 상식적인 민주주의 기본원리와 역사의 대세를 퇴행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갖는 가장 큰 요인은 아마 이명박 정부가 국정 철학에 대해 깊은 고민을 공유하려는 뼈아픈 개선노력이 없었던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국정의 확고한 방향성, 철학성, 역사성이 여전히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기본원리와 민족역사의 대원칙을 무너뜨리면서 실용주의로 적당하게 포장하려고 강변하는데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이제 이명박 정부는 무엇을 위한 실용주의인지 그 목표가 확실하게 보이지 않는 한 국민적 저항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다시 2009년은 시민사회, 노동계, 중소기업이 있어서 희망이 있다.
시민사회신문

시민사회신문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