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핑계, 딱 걸린 행안부

[시론] 이영일l승인2009.03.03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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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가에서 정부가 가지는 의미는 행정부의 기능을 말하는 좁은 의미를 떠나 국가의 존속이나 활동을 유지하기 위한 포괄적인 국가권력의 동적 작용까지를 포함한다.

이러한 정부는 주권자인 국민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고, 생명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의무를 가지기에 정치의 중심을 국민에 두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헌법상의 책임이자 정부가 존재하는 목적이다.

정부가 국민의 인권 보호를 소홀히 하고, 그 도덕성과 권위를 국민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다면 그 정부는 국가를 대표할 자격을 의심받게 되는 것이 일반적 정치 도의이다.

행정안전부(행안부)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조직이 방만하다며 그 정원을 30%로 축소하라고 요구해 왔다. 지난 2001년 11월에 발족해 이제 채 8년도 되지 않은 짧은 역사 속에서도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철거민, 이주민, 병역거부자, 빈민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들의 최후 보루로서 자리매김해 온 인권위 인력 감축 요구 배경에는 감사원의 지적이 있었다.

행안부는 인권위 업무가 권익위원회와 중복되어 있는 등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있었기 때문에 행안부 전문가들이 인력감축 업무분석 결과를 제출한 것이라며 정권 차원의 인권위 압력행사라는 반발을 일축해 왔다.

그러나 김황식 감사원장은 지난달 20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보고에서 행안부가 주장하는 그런 감사 결과를 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인권위 운영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 행안부 주장과 달리 오히려 인원 규모가 미달인 반면 국·과 등 조직부서는 과다운영 되고 있으니 조직을 조정하라는 뜻이었다는 것이다.

행안부는 고의든 실수건 간에 감사원 결과를 심각하게 왜곡했고, 이달곤 행안부장관 내정자는 감사원 통보서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인원 축소 강행 의사를 밝힌 꼴이 됐다. 실제 감사원이 지난 10월 행안부에 통보한 ‘국가인권위원회 조직정비 업무 추진 부적정’이라는 통보서를 필자가 확인해 본 결과, 인권위 인원에 비해 조직부서가 상대적으로 많아 국·과의 표준규모가 미달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데도 행안부가 2008년도 정부조직관리지침과 2009년도 소요정원안을 통해 인권위 조직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도감독해야 하는 의무를 방기하고 있다고 오히려 행안부 과실을 지적, 시정 촉구하고 있고, 부서의 개편말고는 인력 감축에 대한 부분은 단 한군데도 언급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행안부는 조직부서 개편이 아닌 인권위 인력 감축을 요구하면서 이를 감사원 요구에 따른 조치라 주장해 왔다. 그나마 왜 30%인지는 제시하지도 않았다. 감사원장 발언이 문제가 되자 행안부는 부랴부랴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인권위의 정원까지 모두 감축하라는 것이 맞으며 따라서 감사원 결과를 왜곡한 것이 아닐뿐더러 감사원장의 발언도 기구와 정원을 감축하되 30%라는 구체적 규모만 제시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해명자료를 지난달 22일 내놓았다.

감사원장 당사자가 인력 대비 조직부서가 과도하니 이를 조정해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하고, 인권위원장이 오히려 인원이 부족한 지경이라고 하는데도 행안부는 이를 참고, 시정하기는 커녕 “조직을 축소·조정하라는 것은 기구와 인력을 축소·조정하라는 것과 같다”는 엉뚱한 자의적 괴변을 늘어놓고 있다.

인권위에 대한 구체적 감축 규모는 자기네들 판단사항이라며 자신들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나서는 정부의 태도는 과연 우리 정부는 헌법에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인권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에 대해 고민의 여지를 준다.

정부가 감사원 감사 결과를 고의로 왜곡해 인권위를 길들이려 했다는 의도가 정말 정부에 있었는지 아닌지를 일방적으로 단정지어 말할 순 없지만, 확실한 건 행안부가 감사원 결과를 자의적 판단으로 왜곡하고 있다는 것, 그 왜곡을 합리화시키려 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자신들이 내세운 감사원의 수장이 ‘그런 적 없다’고 한 이상 인권위 인원 축소는 당연히 철회되어야 한다. 왜 감사원 결과가 왜곡되었는지에 대한 분명한 설명도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힘겨운 형국에서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는 일은 없도록 좀 제대로 해야 되는 것이 정부의 의무 아니겠는가.


이영일 서울흥사단 사무처장

이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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