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 잘 하고 있나

[시론] 김민웅l승인2009.04.20 12:58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대선 시기의 오바마와 대통령 된 오바마에게서 우리는 어떤 차이를 볼 수 있을까? 막상 최고 권좌에 앉은 이후 오바마가 본래의 진보성을 얼마나 현실정치에 뿌리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었고, 미국 자본주의 체제의 기득권 질서에 빠르게 포위되어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논란도 있었다. 월가의 금융자본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이 워낙 위력적이고 이에 대응하기에는 구조적 조건 자체가 변화의 폭을 제한하고 있다 해도 오바마가 대통령으로서 자신에게 발휘가 가능한 정치적 의지를 제대로 밀고 나가고 있는가 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기본구상 차근히 밀어붙이기

총평을 하자면, 지금까지 오바마는 대과없이 자신의 기본구상을 하나하나 밀고 나가고 있다고 하겠다. 우선 부자감세라는 부시와 공화당의 세금 정책 자체를 기본적으로 역전시킨 점은 중요하다. 중대한 변화 또는 큰 규모의 정책 이동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이저 시프트’(Major shift)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오바마의 세제 정책은 미국 내 계급 지형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열매는 부자들이 독점하고 부담은 서민과 노동자들에게 전가시켜온 정책이 이로써 큰 틀로는 정리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종 복지정책과 교육정책의 변화를 위한 조처도 추진되어가고 있다. 서민, 노동자들에 대한 세금 환불과 부실기업에 대한 냉정한 정리과정도 주목된다.

그러나 이 모든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주시되는 것은 대외정책이라고 하겠다. 최근 세계경제에 다소 상대적인 여유가 생긴 것도 지난 G20에서 처음 데뷔한 오바마의 발언과 미국 정책의 변화 덕이라고 할 수 있다. 투기적 금융자본에 대한 규제조처에 최대한 협력하고 경제력 회복을 위한 재정지출을 극대화하는 처방이 일단 국제적 신뢰도를 높여 자본시장의 일정한 안정세를 가져온 것이다. 이러한 오바마의 대응은 미국 달러 체제 위상을 방어하는 일에 급급하지 않고 전체 세계 경제의 순환과정에서 미국의 경제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로 관심이 모아지면서 새로운 국제협력 체제의 성장을 내다보게 하고 있다.

이는 특히 중동 문제와 관련한 오바마의 대 이슬람 정책 변화에서 가장 잘 드러나고 있다.즉 과거의 적대적이고 긴장된 관계를 기초로 미국의 패권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전면적인 협력을 통한 개방체제의 건설로 새로운 세계 경제와 정치의 흐름을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미국의 터키 중시 정책은 새로운 변화를 강력히 예고하고 있다. 터키는 현재 경제적 절박성으로 EU가입에 목을 매고 있는 형편인데, 미국이 이에 대한 확실한 지지를 표한 것이다. 이는 물론 터키 자체에 대한 지지도 있고,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EU에 대한 견제력을 구사하는 의미도 있지만 총괄적으로 보면 미국이 유럽과 중동지역 전체에 대한 지도력을 발휘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터키를 주목하고 있다

터키는 과거 오토만 제국의 맹주로서 중동지역 전체에 걸친 역사적 위상을 가지고 있고, 관련되지 않은 국가가 없을 정도다. 당장에 시리아, 이라크, 아르메니아 등의 문제를 놓고도 터키는 역할이 중대하다. 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러시아 등을 엮는 지역적 요충지라는 점에서도 막대한 비중을 가진 국가다. 중국의 위구르 지역부터 터키에 이르는 중앙아시아 지역이 터키어권이라는 점도 주목되며 자신의 역사적 위상에 걸 맞는 국제적 역할을 갈망하고 있는 터키의 입장도 미국과 연결고리가 된다.

또한 지난 시기의 역사를 보면,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이란 등 미국이 중동정책의 근거지로 삼은 지역들이 있는데, 터키는 원유국가가 아니라는 점도 의미를 가진다. 다시 말해서 미국의 중동정책이 원유중심이 아닌 방향으로 간다는 것을 예고하는 셈이다. 이슬람 전체와의 화해협력기조가 여기에 세워지고 있으며 그 결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개 국가론을 밀고 나갈 태세다.

이런 구도 위에서 동북아시아의 평화정책도 기대된다. 중국과의 협력 체제를 위한 평화구상은 무엇보다도 북한과의 관계 변화가 중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난관과 비관적 전망이 있기는 하지만 내부의 지속적인 토론과 정책변화로 새로운 동북아 질서를 내다볼 수 있다.

다소 낙관적이긴 해도..

이렇게 말해놓고 보면 다소 너무 낙관적인 평가와 전망만 펼친 듯한데, 지금과 같이 어려운 경제적 침체국면과 기존의 일방적 군사주의 질서를 전제로 놓고 볼 때 그만한 변화도 상당한 변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오바마는 터키에서 젊은 학생들이 “당신은 말은 그럴 듯 하게 하지만 속은 부시와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아니냐”라는 직격 질문 앞에서 “미국은 거대한 항공모함과 같아서 방향선회에 시간이 좀 걸린다”다고 대답했다.

오바마도 이제 견습과정에 있고, 좀 더 시간이 흐르면 그에 대한 평가가 보다 명확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오바마가 서민을 위한 실제적 정책을 펼쳐내려 노력하고 있으며 국제평화를 위한 협력관계를 구성해내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적극적으로 평가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민웅 편집주간·성공회대 교수

김민웅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민웅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여백
시민사회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288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 93, 신도림태영타운상가2동 B105  |  대표전화 : 02-3143-4161  |  팩스 : 02-6737-1115  |   ingopress@ingopress.com
등록번호 : 서울 아 02638  |  등록일자 : 2013년 5월 8일  |  회장 : 이정우  |  발행인 : 설동본  |  편집인 : 강상헌  |  편집국장 : 양병철
후원계좌 : 국민은행 7788-01-04-375819 (시민사회신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설동본
Copyright © 2007 시민사회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