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권 오남용 국민이 지켜본다”

인턴기자가 본 국민참여재판 강세령l승인2010.02.0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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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배심원과 함께하는 법정

전문적인 법조인이 아닌 일반 시민이 재판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바로 국민참여재판제도이다.

지난달 20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법정에는 방청석을 기준으로 정면에 판사 3명이, 왼쪽에 검사석과 배심원석이 자리 잡고 있었고 오른쪽에 변호인석과 피고인석이 있었다. 국민을 대표해 이번 판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10명의 배심원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재판에 참여하고 있었다.

국민참여재판의 단상에 오른 사건은 지난해 9월 6일 밤 10시 30분경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 다세대 주택에서 일어났다. 대문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피의자가 퇴근해 집에 온 피해자 A씨의 핸드백을 빼앗으려 했으나 저항하자 피해자를 폭행하고 핸드백을 챙겨 달아난 것이다. 핸드백에는 현금 3만원과 신용카드 3~4개 등이 들어 있었다. 금전적인 피해는 별로 없었지만 피해자가 눈 주변에 멍이 드는 상해를 입었다. 무엇보다 늦은 시각에 집에서 강도에게 해를 입었다는 것은 20대 여성에게 큰 정신적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경찰은 사건 발생 후 일주일 만에 피고인인 B씨를 용의자로 체포했다.

20대 여성 상대 강도 사건

재판의 쟁점은 ‘피고인이 범죄 발생 시 범행 현장에 있었느냐’였다. 검사 측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통화기록과 피해자의 진술을 내세웠다. 범죄 현장이 속한 지역에서 피고인의 휴대폰 발신이 확인됐으며 피고인을 조사할 때 진술한 내용과 다르다는 이유를 근거로 댔다.

지난달 20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국민참여재판 법정.

변호인 측은 통화기록은 피고인이 범행 현장에 있었다는 충분한 증거가 되지 않을뿐더러 피해자는 당시 정황 상 너무 놀라서 용의자에 얼굴을 분명하게 기억하지 못했을 거라고 주장했다. 또 피고인을 용의자로 지목하는 데 있어 적법한 절차였는지를 문제 삼아 검사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결국 재판은 피고인이 범죄 발생시에 범행 현장에 있었느냐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국민참여재판에서는 배심원들이 서면을 통해 판사에게 질문지를 주면 판사가 먼저 읽어보고 증인이나 피고인에게 질문하는 절차도 있다. 이 날 배심원들은 양쪽의 변론을 열심히 듣다가 중간 중간 법조인 못지않은 날카로운 질문을 판사에게 전달했다.

양형심리에서 검사 측은 피해자가 20대 여성인 것과 범죄 발생 시각이 야간이라는 것, 피고인이 초범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 가중처벌의 대상이 된다며 징역 6년을 구형했다. 변호인 측은 피고인이 무죄임을 강조했기 때문에 양형심리에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최종 변론이 끝나고 배심원들의 평의가 있었다. 이는 일반 재판과 다른 점 중 하나로 피고인의 유무죄 여부와 유죄일 경우 양형을 어느 정도로 줘야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배심원의 평의는 구속력이 없으나 지금까지 국민참여재판에선 판사들이 대개 배심원들의 평의를 따랐다. 하지만 판결 시 배심원들의 평의 내용은 따로 발표되지 않는다.

평의가 끝나고 잠시 휴정하였던 재판이 다시 시작됐다. 피고인은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판결도 참여로 이뤄진다

참여연대는 이날 국민참여재판 시민방청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사법감시센터 이진영 간사와 14명의 회원들이 참여했다. 서울과 경기 지역 중고등학교 교사와 대학생들이 주를 이뤘다.

“배심원 역할이 크게 없을 줄 알았는데 오늘 재판을 방청해보니 참 힘들어 보이더라구요.” 경기도에서 사회 과목을 가르친다는 한 교사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다른 교사는 “범죄를 저지르기는 했지만 한 사람의 인생이 달려 있는 문제”라며 “재판에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은 의미있다”고 밝혔다.

“검사가 합리적인 근거가 아닌 피해자의 눈썰미가 좋다는 것을 증거로 제시한 것은 조금 걱정되는 부분이네요. 다른 재판도 이러지 않을까 우려되네요.”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에 다닌다는 여학생도 거들었다. 이진영 간사는 “기존의 재판은 전문 법관에 의해 진행됐기 때문에 지적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사법권이라는 큰 권력이 오남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답했다. 또한 실제 감시 제도가 미흡해 문제를 안은 판결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서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한 것이고, 그에 따라 생겨난 것이 바로 국민참여재판제도입니다.”

국민참여재판은 지난 2008년 시범 도입 됐다. 오는 2013년 본격 도입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배심원들은 대한민국의 만 20세 이상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선정한다. 재판 당일 대상자 중 7명 혹은 9명이 추려진다. 재판 대상이 되는 사건은 현재 강도, 살인, 강간 등 강력 형사사건만 취급되고 있다.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들을 선별하고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반 재판보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지만 배심원과 함께 사법부가 공정한 판결을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강세령 인턴기자

강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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