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탓…국민 탓?

편집인레터/구제역 대재앙과 아덴만 과잉홍보 김주언l승인2011.01.3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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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속담에 ‘잘 되면 내 탓, 못 되면 조상 탓’이란 말이 있다. 자기 행위의 결과가 좋을 때에는 자신의 공으로 내세우고, 나쁠 때에는 남 탓을 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이명박 정부와 권력 핵심, 또는 이 대통령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행태를 보면 이 속담도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잘 되면 대통령 탓, 못 되면 국민 탓’으로. 특히 전국을 열병처럼 휩쓸고 있는 ‘구제역 대재앙’과 해군의 영웅적 전과만을 치켜 올리는 ‘아덴만 과잉홍보’의 전개과정을 보면 더욱 그렇다.

대통령과 장관의 말이 다르다

300만여 마리를 매장해버려 국토가 소 돼지 닭의 묘지가 될 지경인 구제역과 AI(조류 인플루엔자) 대재앙은 문자 그대로 대재앙이다. 틈만 나면 재래시장을 찾아 오뎅을 즐겨 먹던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에는 꿈쩍도 않았다. 100만 마리 이상의 소·돼지가 살처분되고 방역담당 공무원이 2명이나 죽는 등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고 있던 시점에 청와대 참모진과 함께 뮤지컬 관람을 했다. 한가하게 웬 뮤지컬 관람이냐는 비난여론이 빗발쳤다.

이 때문인가. 이 대통령은 구제역 발생 50일 만에 강원도 횡성의 구제역 현장을 찾았다. 횡성마저 나흘 뒤에 구제역 바이러스에 뚫렸다. 부자들이 모여 사는 서울 강남에서 구제역과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면 이 대통령은 어떻게 했을까. 힘없고 가난한 농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일까.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을 통해 구제역이 해외여행을 다녀온 축산농민 때문에 발생했으며 백신 접종 이후 진정추세에 들어서 설 이후에는 다소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구제역은 그동안 청정지역이었던 경남지역으로 번졌다. 구제역이 확산된 것은 정부의 초기방역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농림장관의 고백도 나왔다. 농림장관은 설 연휴 기간에 축산농가를 방문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과 장관의 말이 이렇게 다를 수가 없다. 잘못되거나 불편한 일은 장관을 내세우고 대통령은 뒷전에서 좋은 말만 하면 그뿐이다.

4대강 사업 중단해서라도 예산 지원해야

누가 뭐래도 구제역 대재앙은 이명박 정부의 초기방역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다. 자꾸 변명해봤자 입만 아플 뿐이다. 이 대통령은 구제역 방역 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의 수장으로서 농민에게 먼저 사죄해야 한다. 축산농가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4대강 사업을 중단해서라도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축산농민에게 책임을 돌린다. 최근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고위당정 회의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찰이 백날 도둑을 지키면 뭐하냐. 집 주인이 도둑을 잡을 마음이 없는데…”라며 축산농들을 비난했다. 더 나아가 한 참석자는 수십억 원 이상의 보상을 받은 농민이 베트남에 골프 치러 갔다며 매도하기도 했다. ‘내 탓 네 탓’ 논쟁을 넘어 이제는 ‘적반하장’이라는 새로운 전술을 들고 나선 셈이다.

실패한 작전은 성공한 작전에 묻혀 버려

이에 반해 소말리아 해적에 나포된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을 구출한 아덴만 여명작전은 ‘대통령 띄우기’ 작전에 다름 아니었다. 작전에 성공한 뒤 국방부는 대통령 담화 이후에 브리핑을 준비했다가 국방부 기자들의 반발로 5분의 간격을 두고 브리핑과 담화가 이어졌다. “만약 인질구출이 실패했다면 이 대통령이 나섰겠느냐”는 기자들의 반발 때문이었다. 청와대 참모들은 2~3일 전까지만 해도 “작전은 현지 부대가 판단해서 진행할 것이며 청와대는 결과만 보고받을 뿐”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으나, 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대통령을 전면에 부각시켰다고 한다.

게다가 국방부는 군사기밀을 흘리면서까지 아덴만 작전의 홍보에 열을 올리면서도 1차 작전 때의 장병 3명의 부상과 석해균 선장의 심각한 총상은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더구나 1차 작전의 실패는 국방부에서 엠바고를 걸어 보도통제를 가했다. 성공한 2차 작전이 대통령의 승인을 얻은 것이라면, 필경 1차 작전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브리핑에서 실패한 작전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언급하고 넘어갔을 뿐이다. 더구나 언론보도에서 실패한 작전은 성공한 작전에 묻혀 버렸다.

‘명비어천가’ 다시 등장

이명박 정부에 의해 장악된 방송은 연일 아덴만 작전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UDT 장병과 석 선장에 대한 찬사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국방부는 공용 장비와 개인화기 제원, 최영함과 주얼리호 간 무선 채널, 무선 교신 내용, 분단위의 작전 상보까지 시시콜콜하게 공개했다.

작년 훈련기간에 찍은 사진을 작전이 성공한 뒤 촬영한 단체사진이라고 배포한 사실도 밝혀졌다. 심지어 “청해부대와 삼호주얼리호의 무선교신 과정에서 영어 대화 가운데 한국어를 암호처럼 섞어 쓴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아이디어였다”며 ‘명비어천가’도 다시 등장했다. 연평도 피격 당시 ‘확전자제’ 발언 진위공방이 이어질 때 “대통령이 구체적 작전에 대해서 지시하지 않는다”고 수차례 강조하던 청와대 모습과는 딴판이다.

만약 실패한 1차 작전에 대한 보도가 허용됐더라면 대통령의 책임론이 불거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면 청와대 참모들의 생각대로 “작전은 현지부대가 판단해서 진행했고 청와대는 결과만 보고받았을 뿐”이라며 뒷전에 물러났을 것이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 실패한 1차 작전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들에 대해서는 ‘출입등록 취소’라는 전무후무한 초강력 제재를 내렸다. 보도지침이 남발되던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에서도 없던 일이다. 앞으로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대통령 책임론이 부각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인 것일까.

네 탓 범주 참여정부에서 국민으로 확대

이명박 정부의 ‘네 탓 타령’은 출범 초기부터 지속돼왔다. ‘잃어버린 10년’을 내세우며 자신의 실정을 모두 ‘네(참여정부) 탓’으로 돌리던 이명박 정부는 이제 네 탓의 범주를 국민으로 확대한 것 같다. 실정에 책임질 줄 모르고 국민만 원망하다 보면 결국 민심은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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