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은 안전하다”는 MB의 신앙

편집인레터 김주언l승인2011.03.2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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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 9기 건설, 전력생산의 59%까지 늘려갈 계획 한심
과학에 기반을 두지 않은 ‘원전 안전’ 신앙은 개인에 국한될 뿐

이명박 대통령이 소망교회 장로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당시 ‘서울시 봉헌’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최근에는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부인과 함께 무릎을 꿇고 통성기도를 하여 ‘정교분리’ 시비를 더욱 부추겼다.

이 대통령의 개인적 신앙생활을 나무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개인 자격이 아닌 한나라의 최고 통치자가 기독교 행사에서 무릎을 꿇은 것을 두고 논란이 많았다. 이를 두고 종교편향 시비를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독실한 신앙’이 국가의 앞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원전, 태생적 결함” 원전을 ‘청정에너지’이자 ‘값싼 에너지’로 규정하는 것은 원전운영 관련자들이 만들어낸 신화일 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사진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일본 지진 피해 관련 대책회의'에서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의 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이다. 청와대

설득과 소통없는 세상

이 대통령의 신앙은 권력화한 보수 기독교계의 배타적 종교관과 맥을 같이 한다. 일부 신자들의 ‘봉은사 땅 밟기’와 같은 불교 폄훼와 이슬람 채권법(스쿠크법)에 대한 강력한 반대운동 등은 이들의 배타성을 잘 드러내준다. 지하철 등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는 자극적인 구호가 담긴 피켓을 들고 선교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섬뜩함이 앞선다.

모든 사안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여 ‘하느님을 믿는 자신들만 정의’라고 부르짖는 이들의 모습에는 ‘설득과 소통’이 끼어들 틈이 없다. 여기에 이 대통령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많은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자감세’ ‘4대강 사업’ 등을 논란이 되는 국책사업을 강행하는 이명박 정부의 오만한 행태를 보면, 모든 것이 이 대통령의 ‘배타적 신앙’과 연결돼 있는 것 같다.

최근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는 일본 대지진과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태에 대처하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를 보아도 그렇다. 이 대통령은 일본의 방사능은 한국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으며, 우리 원전이 일본 것 보다 안전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믿는다. 그래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던 때 UAE에서 한국이 참여한 원전 기공식에 참석했다. 원전 건설을 확대하는 ‘원전 르네상스’ 정책도 바꿀 뜻이 없다. 오히려 일본 방사능의 한국 상륙을 우려한 일반인을 ‘괴담 유포자’라며 경찰을 동원해 잡아들인다. 대통령의 ‘신앙’에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라고나 할까.

이 대통령은 최근 라디오 연설에서 “일본의 방사성 물질은 … 바람의 방향과 상관없이 우리나라까지 날아올 수는 없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방사능 낙진은 이미 러시아 극동지방과 태평양 건너 미국 서부지방에서도 검출됐다. 이 대통령은 “비과학적인 억측에 결코 흔들리지 말아야 하겠다”고 말했으나 이러한 신앙이 바로 과학적 진실에 근거하지 않았음을 알아야 한다.

“가까운 미래에 핵 재앙”

이 대통령의 이러한 ‘신앙’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명박 정부는 원전을 한국의 신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현재 전력의 34.1%를 공급하고 있는 21개의 원전을 오는 2030년까지 9기를 더 건설하여 전력생산의 59%까지 늘려갈 계획이다. 이른바 ‘원전 르네상스’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대참사 이후 독일은 노후원전 7기의 가동을 중단시켰고, 중국도 추가원전 건설을 미루고 원전의 안전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은 오히려 원전 중시정책을 강화할 태세다. 게다가 수명을 다한 원전의 가동을 연장하거나 연장시킬 태세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전을 ‘청정에너지’이자 ‘값싼 에너지’로 규정하고, 원전을 이른바 ‘녹색성장’의 기본축으로 삼았다. 그러나 이는 원전운영 관련자들이 만들어낸 신화이자 이를 진실로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신앙에 불과할 뿐이다.

원전은 태생적으로 치명적 결함을 갖고 있다. 따라서 방사능 유출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 ‘우려하는 과학자동맹’(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은 가까운 미래에 핵 재앙이 있을 것으로 확신해왔다. 원전은 기계의 오류나 운전자의 실수 등으로 발생할 수 있고, 특히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대참사는 이를 웅변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원전은 안전하다’는 신앙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원전에서의 방사능 누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해도 축소되거나 감춰진다. 지금까지 알려진 체르노빌 참사 등 세 차례의 원전사고 당시에도 피해가 축소 발표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방사능 낙진 피해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뿐더러 전 지구적 재앙을 일으킨다. 방사성 물질은 공기 중에 흩어져서 지구 반대편에 낙진으로 떨어지거나 바다를 오염시켜 해류를 타고 어느 곳에든 스며든다. 땅 속이나 바다에 남아 있던 방사능은 채소나 가축, 물고기 등을 먹이사슬을 통해 인체에 축적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이미 채소류나 어류, 나아가 식수까지 방사능에 오염돼 많은 사람들이 방사능 공포에 떨고 있다.

“새 에너지 정책 수립해야”

방사성 물질은 인체 내에 들어가면 소변 등을 통해 배출되지 않고 장기에 축적된다. 더구나 인간이 방사선에 피폭되면 감상선암, 백혈병 등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며 유전자를 변형시켜 기형아 출산 등 대를 이어 폐해를 일으킨다. 낮은 수위의 방사선이라도 태아나 유아에게는 치명적이다.

사회 각계인사 77명은 최근 “정부는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해도 우리나라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정부는 원전 위주의 에너지정책을 재고하고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기반을 새로운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야 한”고 촉구했다. 한국 정부의 원자력 맹신과 이 대통령의 신앙이 결합돼 예고된 대재앙을 무시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불러 올 수 있다. 서울시를 하느님께 봉헌하고 하느님께 무릎꿇고 기도하면 나라가 발전한다는 믿음은 개인적인 신앙으로 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과학에 기반을 두지 않은 ‘원전은 안전하다’는 신앙은 개인에 그치지 않는다.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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