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향평가제, 그 허망함을 보다"

거의 매일 환경영향평가의 부실함이 언론에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서 우리 사회는 현재 일탈의 시대를 지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환경영향평가제도의 허망함을 본다” 제종길 전 국회의원의 말이다.

제종길 전 의원은 환경부가 지난20일 서울대학교 교수회관에서 주최한 ‘환경영향평가제도 시행 30주년 기념 토론회’에참석해 "시화호는 담수를 담아두기 위한 사업이었는데 담수화가 실패했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환경영향평가제도가 자연자원의 가치를 수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환경부의 정연만 자연보전국장은 “우리나라의 파충류 최고 전문가가 누구인지 아는가?”라고 자문한 후 “땅꾼”이라고 자답하면서 동물과 식물에 대한 전문가가 없다시피함을 개탄했다.

환경영향평가가 적정하게 수행되었느니 그렇지 않았느니 하는 논란은 각 분야의 전문가가 있다는 전제에서 벌일 수 있는 논란이지만 정작 각 분야의 전문가도 미흡한 실정에서 대규모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1년 동안 수행 하였는지에 대한 것은 논란 자체가 부적정한 것이어서 우리나라 자연환경 관리 부실의 심각성을 짐작케한다. 4대강을 환경친화적으로 살린다는 정부 주장이 허망한 것임을 말하는 것이어서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정책평가원의 최준규 연구위원은 20년 전 대두되었던 환경영향평가제도의 문제가 현재도 반복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지속가능한발전(ESSD)을 위해 경제, 사회, 그리고 환경이 같이 고려되는 제도로 이행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환경영향평가협회의 이문형 회장도 사후관리제도의 피드백기능이 부족함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종훈 전 환경영향평가학회장은 토론회에 참석하지 못한 박창근 교수를 대신해 4대강 사업 현장에서 준설을 시행한 지역에 다시 퇴적이 되고, 역행침식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며, 탁도 저감 시설없이 굴착기로 공사를 하고 있어 환경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박창근 교수의 견해를 전했다. 또 자신의 모델링 수행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모델링을 수행하면서 매개변수를 조정하거나 시나리오 구성 기법을 통해 마음먹기에 따라 교묘히 부적정한 영향예측이 수행될 수 있음을 우려하면서 영향예측이 공정해야 함을 강조했다.

문제점들은 영향예측에서부터 사후관리까지 전과정에 있으며 그 문제는 20년 전에 있었던 문제가 반복해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다는 것은 그동안의 제도 개선 노력의 방향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로 눈을 돌려보자. 지난 3월 10일 환경노동위원회 소회의실에서 개최된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을 통해 환경영향평가법 및 제도를 담당하는 국회의 역할은 적절히 수행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신영수 소위원장의 주재로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개최되었는데 이 회의에는 원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안, 정부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법 전부개정법률안, 홍희덕 의원이 대표발의한 환경영향평가법 일부개정법률안, 이상 3건의 법률안을 일괄 상정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환경영향평가학회에서 20년 전에 등장한 문제이나 개선되지 않고 반복해서 나타나는 문제들에 대한 논의가 있을 법도 한데 이렇다할 논의 없이 “제5항부터 제7항까지에 대해서는 각각 본회의에 부의하지 아니하고 우리 위원회 대안으로 제안하고자 하는데 이의 없으십니까?”하는 위원장의 질문과 바로 이어진 “각각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를 끝으로 논의가 종료되었다.

추가로 다른 법률에 대한 검토가 있은 후 산회되었었는데 심의에 총 소요된 시간은 27분이었다.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큰 변화가 따르는 법안을 심사하는데 걸린 시간이 토론회 휴식 시간 정도인 20분도 안되는 것이다. 국회가 환경영향평가제도에 대해 중시하기는 커녕 귀찮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환경영향평가제도의 허망함을 본다” 는 제종길 전 의원의 탄식이 서민에게 와서는 모래바람에 생활이 힘들어지는 고통으로 대응된다. 국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국회에서 환경영향평가제도 바로세우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임을 모래바람을 덮어쓰고 있는 서민들은 외치고 있지 않겠는가?

환경영향평가제도에서 국회의 역할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고서도 고양이를 감시하는 병사도 배치하지 않은 모양새인 환경영향평가 시행권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환경영향평가의 권한이 현재 사업자에게 부여되어 있는 것을 제3의 객관적인 기관에서 시행하도록 하는 것이 어려우면 적어도 승인기관이 하도록 조정해야 한다.

만약, 사업자에게 환경영향평가 권한을 부여하려면 환경영향평가의 전과정이 투명해야 한다. 모델링에 들어가는 매개변수의 적용이 마음먹기에 따라 공정성을 잃을 수 있다는 전문가의 고백이 있으므로 매개변수의 적용 사유까지도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고 이의 검증을 시행하는 제3의 전문기관이 요구된다. 국민의 쾌적한 삶을 위해서 국회의 역할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