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면적’의 꼼수본색

‘여의도 면적’이 도대체 어느 정도의 넓이인가? 필자는 이 넓이를 쉽게 실감하지 못한다. 서울 산 햇수가 30년을 넘고, 여의도의 직장에서 5년 일했으며, 여의도의 국회의사당을 드나드는 일을 2년가량 했다. 여의도의 한 아파트에서 살기도 했다. 뜀박질 또는 자전거로 수도 없이 여의도를 돌았다.

이런 사람도 고개 갸우뚱하는 것이 ‘여의도 면적’이라면, 신문 방송 등 대중매체들이 들고 나서는 이른바 ‘여의도 면적’이라는 것은 허망하기 짝이 없다. 당신들, 여의도 넓이가 얼마나 되는지 한두 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가? 아니면 말을 말든지.

우선 속내 한 대목 털어놓자. 이 단어는 기자나 PD 등 언론 종사자들이 독자 또는 시청자의 존재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의 반증이다. 언론학 용어로 ‘수용자’라고도 하는 이들은, 말하자면 ‘고객’이다. 밥(월급)을 주는 소비자이고, 왕인 것이다. 왕을 무시하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제 편한 대로 하는 것이 우리 언론인가.

정책 자료에 ‘여의도 면적’이란 단어 쓰기 좋아하는 정부 부처도 국민을 ‘졸’(卒)로 보고 있는 것이다. 덩달아 아무 생각 없이 ‘여의도 면적’ 타령에 나서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여의도 면적’이 국가적(?) 표준인 것 같기는 한데, 정작 얼마나 되는 넓이인줄 알 수 없다. 독자 시청자 국민 고객으로서의 ‘우리’가 받는 대접이다. 뿔이 왜 안나? 상징적이다.

여의도는, 한강의 섬으로 면적은 8.4평방km이고, 남쪽(영등포 쪽)으로 샛강이 흐른다. 모래섬이었으나 1916년 일제가 비행장을 지으면서 유명한 곳이 됐다. 1968년 섬 둘레에 둑을 지으면서 본격 개발돼 국회 전경련 KBS 63빌딩 쌍둥이빌딩 순복음교회 등의 건물과 아파트들이 들어섰다.

행정구역 이름이나 도시미(美)도 화려하지만, ‘여의도’라는 단어가 스스로 드러내는 정치 경제 사회적 의미는 훨씬 더 클 수 있다. 혹은 ‘뭔가 이룬 이들’의 전시장이기도 할 것이다. 돈과 힘(권력)의 교호(交互)작용이나 동반상승효과(시너지)를 실감하게 하는 곳이기도 할 터다. 당연히 선망과 질시의 표적이다.

‘여의도 면적’을 알아야 한국사람 행세를 할 수 있는 세상이라는 볼멘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여의도를 아는 사람도 헷갈리니 지역의 ‘백성’들은 오죽할까? 그러나 ‘여의도 면적’의 지위(?)는 철옹성이다.

심지어는 ‘여의도 면적’이 국민을 기만하거나, 사실을 호도하려는 개념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한 신문의 기사를 보자.

...정부는 미군기지와 주변을 공원지구와 복합시설지구 공원주변지역으로 나눠 개발하는 용산공원정비안을 발표했다. 공원지구는 용산기지 265만평방m 가운데 한미협정으로 존치되는 미국대사관과 헬기장 등 22만평방m를 제외한 부지에 지정됐다. 면적은 2.4평방km로 여의도 크기와 비슷하다.(2011년 5월 11일 기사 일부)

'여의도 크기 용산 미군기지 공원으로'라는 제목을 달았다. 거의 모든 신문에 크게 보도된 내용, 시행기관의 의도는 ‘여의도만큼 너른 공원을 국민에게 준다.’는 것을 돋보이게 하고자 함이었겠다. 기사 뉘앙스도 예외 없이 그 의도에 충실했다. 누구를 위해 언론은 일하나?

여의도와 용산을 아는 이에게는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다. 용산의 그 지역은 여의도만큼 넓지 않다. 또 ‘여의도 크기만 한 2.4평방km'라고 했는데 여의도 면적은 8.4평방km다. 그래서 다른 신문을 뒤지니 '이 면적은 여의도 크기(2.9평방km, 윤중로 안쪽 신시가지 면적 기준)와 비슷하다.'고 썼다. 전 언론이 ‘여의도만한 공원’이 생긴다고 보도한 근거다.

이런 장난질은 국민을 호도하기 위한 꼼수 수준을 넘어 사기에 가깝다. 발표한 측도 그렇지만, 받아쓰기 언론의 무심(無心)의 경지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이 사람들에게 국민과 독자는 누구인가? ‘쥐 자제분들’도 이런 조잔한 잔머리는 안 굴린다.

여의도 둑 안쪽 신시가지 면적이 2.9평방km이고, 이번에 공원으로 ‘국민에게 하사(?)하는 면적’은 자그마치 ‘여의도 면적만한’ 2.4평방km나 된다. ‘뭐가 잘못이냐? 틀린 말 했냐?’고 삿대질 할 터인가?

여의도 면적 8.4평방km는 가로 세로 약 2.9km인 정사각형의 넓이다. 840만평방m이며, 254만평이다. 이렇게 숫자로 봐도 짐작이 쉽지 않다. ‘여의도 면적’ 대신 쓸 수 있는 ‘새 단위’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국민이 쉬 알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서울 공화국’ 이외 지역 ‘백성’들도 짜증나지 않는 착한 단위여야 한다.

여의도보다 좁아도 절대 타박하지 않겠다. 제발, 용산공원 지하에는 대구 부근 미군기지 고엽제 같은 독극물이 없도록 꼼꼼히 챙겨주기 바란다. 다른 미군기지들도 그렇고. 세금 내는 보람 느끼고 싶은 것이 과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