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보선 승리자를 위한 변명

사설 시민사회신문l승인2011.09.2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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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정치는 못믿겠으니 서울시장에 나서더라도 기존 정당은 선택하지 않겠다’고 말해 국민적 인기를 독차지한 안철수 현상이 한국 정치권에 쓰나미를 일으켰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안철수 지지층은 그간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던 부동층 혹은 무당파로 분류된다. 특히 2030세대와 40대 화이트칼라, 여성이 핵심 지지 기반이다. 양당 정치구도 바깥에 있던 광범위한 부동층이 안철수라는 새 인물에 쏠린 것이다. 안철수 현상을 탈정치 현상의 재연이 아니라 현 정치 구도를 포함한 체제 변환 요구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한달여도 남지않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후보조차 쉽게 뽑지 못하는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안철수현상 덕분이다. 여기에 더해 시민사회출신의 진보 보수양측의 인사가 나타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박원순 변호사는 21일 정당의 테두리를 벗어나 범여권과 범야권의 시민후보로 나선다고 선언했다. 기존 정당안으로 들어가면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와 신뢰가 축소돼 지지율이 떨어지겠다는 계산 때문이다. 선거에 뛰어드는 후보가 기존 정당을 무시하는 이런 상황까지 오게된 데에는 기존 정치인들이 행해온 오만한 국민무시 만행이 워낙 깊고 불신이 만연해있음을 입증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정치인들은 뼈를 깎는 반성과 정치개혁 의지, 혁신노력이 선행돼야함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각오하고 또 각오해야 한다.

정당 불신은 단순한 정치 불신을 넘어서 이제는 우리 사회의 체제가 위기에 빠져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복지담론'이 시대적 의제로 떠올랐지만, '복지 더 주기'에서 머물게 아니라 정치, 경제, 노동 등 사회 전반의 구조를 바꾸는 획기적인 체제 변환이 절실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난 5월 '큰 원(願)을 세워 2013년 체제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이후 안철수 현상까지 겹쳐지면서 '새로운 체제' 구성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박원순 변호사의 출마는 안철수 현상을 넘어서 시민사회 염원과 시민운동진영의 정치세력화의 큰 줄거리 위에서 평가해야 한다. 참여연대와 아름다운 재단, 희망제작소로 이어진 시민운동의 진화과정의 최전선에서 뛰어온 인물이기 때문에 박변호사의 정치참여에 대한 기대와 희망, 그 폭과 깊이는 넓고도 깊다. 박 변호사는 정치참여는 개인의 정치참여이기 이전에 시민운동의 역량을 검증하고 시민사회의 확대가능성을 점검하고 진단하는 시금석이다.

우리사회는 이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 달성했다. 더불어 사람중심의 가치관을 새로이 재정립해야할 시점이다. 민주화와 산업화 승리의 유전자가 우리에겐 넘쳐나고 있다. 더불어 인간화에 대한 진지하고 성숙한 토론이 진전돼야 한다. 더불어 나누고 공유하는 새로운 자본주의를 선도할만한 재능을 세계 각국은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시민사회의 성숙과 확산 또한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다.

박원순 변호사의 선거 승리는 개인의 승리에만 의미가 있는게 아니다. 그의 선거 승리는 시민사회의 승리이고 민주진영의 승리이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희망의 승리이다. 또 박변호사의 승리는 민주주의를 거꾸로 돌려놓은 반민주 정권과 정당에 대한 심판이자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한 디딤돌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이번 보선은 내년 총선과 대선의 든든한 디딤돌이다. 시민사회의 승리가 있어야 민주진영의 승리가 쉬워진다. 범야권의 통합과 연대가 한나라당의 반민주 독재정치를 깨부수는 열쇠가 된다. 이번 선거에서 범야권 단일후보로 박원순 후보로 모아지고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하게 된다면 범야권 민주진영의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는 대한민국에 밝은 미래를 선물할 것이다.

내년 선거, 총선과 대선에서 좌파 민주진영이 우파 반민주진영을 이겨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다. 반민주진영을 이기기 위해서는 박원순 변호사가 우선 서울시장 보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박변호사가 이기는 길은 범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돼야하고 진보진영 시민사회세력이 결집해야 한다. 시민사회 정치세력화는 다음수순이다. 우선 시민사회가 키운 인재를 시민사회를 대표해 정치에 진출시켜야 한다. 시민사회의 대표적 인재를 키운 시민사회의 역량이 있기에 승리는 그리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승리이후다. 승리자는 겸손해야 한다. 역사에 겸손하고 반대 진영에 겸손하고 주인인 시민에게 겸손해야 한다.

승리자는 겸허한 자세로 기존 정당체제를 새로운 가치체계로 새로 판을 짜기 위한 작업도 힘을 모아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안철수 현상에서 보여준 탈정치 현상, 범야권 단일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속깊은 바람임을 눈여겨보고 가슴깊이 새기고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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