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의, 정치적 단위와 일치돼야

시민광장 주종환l승인2012.09.2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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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최근 서울 마포에서 열린 코리아국제포럼에 토론자로 참석, 민족이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인적이 있다. 코리아·사이프러스의 통일을 어떻게 이룩할 것인가, 독일의 통일경험을 오늘의 시점에서 어떻게 재평가해야 하는가, 제3세계 대다수 민족이 겪고 있는 예속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심도있게 논의하는 자리였다.

필자는 우선 민족과 씨족을 구분해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자신 족보를 보면 유학자로 주자학을 창시한 중국 주자의 자손으로 기록되어 있다. 분명 송나라 주자의 혈맥을 잇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중국민족과 현재 관련성을 가진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고, 분명히 한국 사람임을 자랑으로 삼아 살고 있다.

그런데 민족이 과연 사회과학적으로 실체를 인정할 수 있는 가에 관해, 이를 부정하는 논객들이 있다. 박노자, 홍세화 등의 견해는 게르만 민족 유일주의 사상과 이에 기초한 기타 혈통 말살 정책에 대한 반감과 비판에 의해 증폭되고 있다. 사실 혈통 우선주의는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는 관념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하나의 민족으로서 서로를 같은 혈맥을 이어받은 단군이란 씨족장을 조상으로 받들고, 그 혈맥을 지키기 위해 외적 침략과 지배를 물리치기 위해 이웃과 연대하면서 피 흘려 싸워온 공동체 의식을 간직하고 있다. 자기 결정적 관념을 공유하고 있기에 같은 민족이라고 인식하고 더불어 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독일의 저명한 철학자 칸트의 인식론에 기초한 것이다.

민족주의는 무엇보다도 정치적 단위가 일치돼야 한다는 게 하나의 원리다. 민족주의적 감정은 이런 원리를 침범 당했을 때 환기되는 노여움의 감정이며 이 원리가 실현되었을 때 느끼는 희열감이다. 이 감정은 혈통과 일치되는 경우가 많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같은 지리적 공간에서 이웃으로서 운명공동체 의식을 공유하면서 같은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으면 같은 민족이라고 할 수 있다.

계급사회로 양분된 오늘날 민족이익이 어느 쪽 이익임을 말하지 않고, 무턱대고 ‘민족이익’을 존중하라는 것은 자칫 독재자적 발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혹독한 박정희 체제도 민족중흥이란 그럴듯한 명분으로 생존을 위한 근로 인민대중의 투쟁을 억압했다. 전태일 열사도 “나도 사람이다”라고 외치면서 분신자살했던 것이 바로 박정희가 민족중흥을 내걸고, 미친 듯이 자본가 위주의 경제개발계획을 밀어붙일 당시에 일어났기에 더욱 그렇다.

민족주의는 반드시 민족 구성원 모두의 이익을 보듬어 안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독재의 수단으로 변질될 소지를 안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진정한 민족주의는 반드시 열린 자세와 이웃 동포들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공동체 의식에 기초해야 한다. 한국 안에서는 부자와 빈자, 노동자와 자본가, 모두에게 생활의 안정과 행복감을 보장해주고, 남북의 모든 주민들도 자기 자신을 돌보는 심정과 애정의 마음으로 대하고, 서로 도와야 만이 그것이 진정한 민족주의다. 지배계급이 이익을 독차지 하면 소외를 당한 피지배 계급은 반드시 이익 분배를 요구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소득 격차가 낮아야만 민족의 동질성과 단결을 보장하게 된다. 복지사회의 건설이 그래서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대북 압박과 안보를 위해 군비를 증강해야 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스웨덴 평화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외국제 무기 구입액은 세계에서 두 번째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그런데도 안보를 위해 군비를 중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복지사회 건설을 외치고 있다. 이것은 국민의 복지 향상은 하지 않겠다는 말과도 같다. 복지와 군사비 증강은 서로 모순되는 것이기에 이는 그가 가짓말을 하고 있다고 의심 받을 소지가 있는 말이라고 하겠다.

끝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 자기 민족만의 이기적 이익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만방의 평화와 발전과 안정에 기여하는 것이, 진정 올바른 민족주의라고 보아야 한다. 이런 열린 민족주의를 위해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간의 6자회담이 각자의 이기적 타산을 극복하고 한반도 중랍화에 합의를 이끌어 내고 한반도를 비동맹 중립국으로 선언하고 이를 다자간 안보 협력체제로써 국제적으로 확고하게 보장하는 것이어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주종환 동국대 명예교수 (사)민족화합운동연합이사장

주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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