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가피모) 회원들과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 활동가들이 송파구에 위치한 삼성물산 본사와 홈플러스를 찾았다. 지난 26일 SK케미칼을 시작으로 가습기살균제 가해 기업들에 대한 진상규명과 엄벌을 촉구하는 시리즈 캠페인 때문이다.

▲ 3일 가습기넷 활동가들과 피해자들이 삼성물산 본사와 홈플러스를 찾아 가해기업들의 책임을 묻는 캠페인을 열었다. (사진=환경운동연합)

이들에 따르면 1997년 삼성그룹의 삼성물산은 대구에 홈플러스 매장을 처음으로 개설했다. 이어 1999년 영국 테스코(TESCO)와 반반씩 투자해 삼성테스코를 설립했다. 테스코는 영국에서 가장 큰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여러 나라에서도 유통업을 하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이후 삼성의 홈플러스는 전국에 매장 141개까지 확대하고 매출액 11조원을 올리며 국내 2위 유통회사로 급성장했다.

삼성의 홈플러스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7년간 홈플러스PB(자체상표)인 ‘가습기청정제’ 라는 이름의 가습기살균제 제품 30만개를 판매했다. 삼성 홈플러스의 가습기청정제는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롯데마트의 PB 와이즐렉과 같은 PHMG라는 이름의 같은 살균제 성분을 사용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 살균성분을 사용한 제품의 피해자도 많고 사망자도 많다.

▲ 홈플러스 매장의 벽면에 홈플러스 밑에 삼성TESCO라는 글자가 붙어 있다. 홈플러스 삼성그룹이 만들고 운영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출처=KBS화면촬영)

2011년 삼성은 테스코에 홈플러스의 지분을 매각했다. 테스코는 법인명을 삼성테스코에서 홈플러스로 변경했다. 2011년 8월 31일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다. 시기적으로 볼 때 삼성이 홈플러스를 매각한 배경으로 가습기살균제 참사와의 관련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2015년 테스코는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MBK파트너스라는 기업에 매각했다.

▲ 3일 가습기넷 활동가들과 피해자들이 삼성물산 본사와 홈플러스를 찾아 가해기업들의 책임을 묻는 캠페인을 열었다. (출처=전국가습기살균제참사네트워크)

2011년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 지금까지 7년여가 되가는 사이에 삼성은 단 한 번도 이 참사와의 관련성이 언론에 제기된 바 없다. 2016년 3월 피해자들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10여개의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들을 연속적으로 검찰에 고발 할 때 홈플러스의 책임기업으로 삼성 임원 6명과 테스코의 임원 22명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수사를 받지 않았다. 언론 역시 삼성 관련성을 보도하지 않았다.

▲ 삼성이 판매한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 제품 사용자는 80만~90만명, 제품 사용 후 병원치료 받은 피해자는 7만~11만명으로 추산된다. (출처=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담당하는 환경부는 사건발생 5년이 지난 2016년 6월경에야 전체 피해자를 조사하는 연구용역을 한국환경보건학회에 의뢰했다. 연구결과는 2017년 5월 26일 학회의 학술대회 자리에서 발표됐다. 가습기살균제 제품 사용자는 350만~400만명으로 추산되고 제품 사용 후 건강피해 경험자는 40만~50만명이며, 제품사용 후 건강이상으로 병원치료를 받은 피해자는 30만~50만명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러한 연구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내부 참고자료로만 이용한다’고 한다. 지난 6월 5일 세계환경의날에 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살균제 피해대책마련과 재발방지 그리고 피해자를 직접 만나겠다고 했지만 박근혜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장관이 버티고 있는 환경부에서는 여전히 가습기살균제 문제는 쉬쉬하며 진상규명과는 거리가 먼 행태를 보이고 있다.

▲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폐 이식을 해야 했던 피해자가 폐 이식 후에 복용해야 하는 약봉투와 홈플러스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환경보건시민센터)

한국환경보건학회의 연구결과에는 제품 구매자들에 대한 조사도 있었는데 구매자들의 89.9%가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할인마트에서 구입했다고 조사됐다. 그리고 여러 제품의 중복사용을 포함한 조사에서 홈플러스 제품을 구매한 사용자가 전체의 23.3%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환경부의 연구용역결과를 바탕으로 삼성이 판매한 홈플러스 가습기살균제의 전체 사용자를 추산하면 80만명~90만명에 이른다. 홈플러스 제품을 사용한 후에 병원치료를 받은 피해자는 7만~11만명에 이fms다. 하지만 현재까지 신고 된 피해자는 실제 피해규모의 1-2%에 불과하다.

삼성이 홈플러스를 운영하던 2005년부터 2011년 사이에 삼성은 2001년부터 판매된 옥시싹싹이나 2003년부터 판매된 롯데마트PB 가습기살균제 상품을 성분까지 동일하게 카피해서 ‘가습기청정제’라는 이름의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30만개나 판매했다.

▲ 가습기넷 활동가들과 피해자들은 검찰은 삼성과 테스코를 수사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관련사항을 철저히 조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삼성은 소비자와 국민에 사과하고 자체적인 피해조사를 실시해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환경운동연합)

2011년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기 직전에 삼성이 홈플러스를 테스코에 매각했다고 해서 책임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세상은 삼성이 이 참사에 관련이 없는 것으로 지금까지 알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특징 중 하나가 국내 대기업들이 대거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SK그룹의 SK케미칼, 롯데그룹의 롯데마트, 신세계그룹의 이마트, LG그룹, GS그룹 등이다. 여기에 삼성그룹의 삼성물산이 그동안 비껴나 있었지만 앞서 밝힌대로 깊숙히 관여했고 관련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양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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