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청사, CCTV 설치 중단을”

시민단체, 주요 국가·국제인권기구 공공장소 생체인식 유예·금지 양병철 기자l승인2022.10.2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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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청사 얼굴인식·추적 CCTV 설치를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세계 주요 국가 및 국제인권기구는 공공장소에 생체인식을 유예하거나 금지하고 있습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정보인권연구소,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주변에 CCTV 설치’와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 청사 주변에 ‘안면인식·추적’ 기능이 탑재된 CCTV가 설치된다. 시민들이 오가는 공공장소에 실시간으로 시민들을 생체인식하고 감시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도입되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생체인식정보 처리의 근거를 이미 마련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공장소 얼굴인식 감시는 시행령 수준에서 허용될 수 없는 중대한 인권 침해이다. 이들 단체는 “대통령실 청사 생체인식을 즉각 금지할 것”을 요구했다.

한 개인의 얼굴을 비롯한 생체정보는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독특한 특성으로 개인의 정체성과 사생활의 본질을 구성한다. 그런데 공공장소에서 원격으로 개인의 얼굴을 자동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생체인식기술을 이용해 개인을 체계적으로 감시하는 중대한 기본권 침해이다. 특히 실시간 ‘추적’은 사후적으로 범인을 식별하는 것과 달리, 거리를 오가는 모든 무고한 시민을 식별하고 감시한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기본권 침해다.

대통령실 경호를 위해 공공장소 생체인식이 도입되면 이를 시작으로 CCTV가 설치된 모든 공공장소, 더 나아가 민간의 건물을 포함한 모든 장소로 생체인식이 확대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시민들이 감시받지 않고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인격을 형성하고 자유를 실현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할 것이다.

또한 시민들의 이동의 자유, 표현의 자유, 평화적인 집회결사의 자유 행사가 위축될 것이다. 통제장치가 없는 공공장소 생체인식은 감시 권력이 누군가를 은밀하고 영구히 감시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공공장소 생체인식이 중대하게 인권을 침해할 위험이 큰 만큼, 지난해 유엔인권이사회는 디지털시대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결의안을 발표하고, 인공지능이 얼굴인식 등에 쓰일 때 프라이버시권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결의를 했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인권이사국이었다.

유엔인권이사회는 이 결의안에서 “얼굴인식 기술을 비롯한 생체인식기술의 식별 및 인식이 평화적 집회의 자유 행사를 자의적이거나 불법적으로 감시하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유엔인권최고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입법적으로 인권을 보호할 수 있을 때까지 공공장소에서 원격 생체인식 기술의 사용을 유예(모라토리엄)할 것을 각국 정부에 요구했다.

공권력이 시민들에게 강제적 조치를 취하는 기반으로 사용하는 얼굴인식은 자의적인 체포나 구금 등 또다른 중대한 인권침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 미국에서는 경찰의 잘못된 얼굴인식 기술로 무고한 흑인들이 장기간 구금되는 일들이 여럿 발생하여 여러 주에서 얼굴인식 기술의 사용이 중지됐다.

경찰 얼굴인식 기술의 오류율이 0.003%만 되어도 1십만명당 3명의 무고한 사람을 체포하게 된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역시 최근 입법을 논의 중인 인공지능법안(AI Act)에서 법 집행 목적으로 공개적으로 접근 가능한 공간(publicly accessible spaces)에서 실시간 원격 생체인식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유럽의회는 공공장소에서 실시간 얼굴인식을 완전히 금지할 것을 이미 결의했다.

▲ (사진=CCTV)

아무런 통제 없이 도입되는 공공장소 얼굴인식 감시는 더 위험한 인공지능 인권 침해도 불러들일 수 있다. 대통령실에서 일단 자동으로 식별한 개인은 어쩌면 CCTV가 설치된 우리나라 모든 공공장소에서 영구히 식별될 수 있다. 최근 과학적 근거 없이 도입된 일부 AI 채용도구들처럼 ‘분노’, ‘두려움’, ‘거짓’ 등 감정인식이 시도될지도 모른다.

분노한 표정으로 대통령실, 혹은 광화문 인근 거리를 두리번거리거나 팔을 휘젓는 시민들이 경계대상으로 추적 감시될지도 모른다. 대통령실은 이미 정체불명의 ‘인공지능 경호’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얼굴인식에서 더 나아가 일부 국가에서 비판을 받고 철수한 로봇견이나 인공지능 무장진압장비가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공공장소 생체인식 감시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어야 한다. 공공장소 생체인식을 비롯한 모든 고위험 인공지능의 사용은 행정부가 임의로 개정할 수 있는 시행령에 따라서가 아니라, 반드시 국민의 위임을 받은 국회에서 입법하는 법률에 따라 통제되어야 하고, 예외적인 사용 여부에 대해서는 자체 판단이 아니라 법원의 판단을 따라야 할 것이다.

이들 단체는 “법률적 통제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유엔에서 권고하는 대로 공공장소 생체인식을 비롯한 모든 고위험 인공지능의 사용을 유예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통행하는 대통령실 주변 공공장소의 상시 경호에 얼굴인식을 사용하는 것은 그 어디에서도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하고 국방부에 설치 중단을 촉구했다.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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