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출장으로 시민 세금을 낭비한 부산시의회

공무국외출장팀은 경비를 반환하라

지난 10월 제9대 부산시의회는 개원 100일여 만에 2030부산엑스포유치 홍보를 명목으로 3개의 그룹이 공무국외출장을 떠났다. 비슷한 시기 부산의 많은 구·군의회도 연이어 공무국외출장을 떠났고 외유성 출장 논란과 부실한 계획, 결과보고서 표절 등의 문제로 인해 시민들의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부산시의회는 시민들의 질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달 2030부산엑스포유치 홍보를 위해 세 그룹이 공무국외출장을 다녀왔다. 이 중 1그룹은 2월 15일(수)~2월 23일(목) 동안 유럽 중동부 지역을 방문하였고 그에 따른 결과보고서를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결과보고서를 보면 그간 제기했던 공무국외연수의 문제점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뿐만 아니라 규정도 제대로 준수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1그룹 공무국외출장팀(유럽 중동부)은 심의위원회에서 심의받은 계획서대로 일정을 준수하지 않았다. 애초 계획서에는 튀르키예를 2월 21일~22일 양일간 방문해 엑스포 유치 홍보 활동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2월 3일)

하지만 이후 튀르키예에는 대지진이 발생했고(2월 6일) 시의회는 이 상황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무국외출장의 일정을 변경하거나 단축을 하지 않고 당초 계획대로 공무국외출장을 다녀 왔다.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튀르키예 방문 시 예정되었던 공식 일정들은 모두 취소하였고 ‘현지 벤치마킹’으로 일정을 소화했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결과보고서에는 이에 관한 내용이 전혀 보고되어 있지 않았다. 7박 9일간의 일정 중에서 튀르키예의 방문 일정은 약 3분의 1(이틀간)에 해당한다. 이는 심각한 공무국외출장 계획서의 일정 위반 사례이다.

‘부산광역시의회의원 공무국외출장에 관한 조례’ 제16조(출장경비의 환수 등)에 따르면 “의장은 천재지변의 사유 등 불가피한 경우 외에 위원회에서 의결된 출장 목적 및 계획과 달리 부당하게 집행된 경비는 환수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튀르키예 방문 일정은 천재지변 사유에 해당해 충분한 일정 변경이나 축소 같은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방문을 했으며, 활동 내용도 제출하지 못한 것이다. 상식적으로는 이런 참사를 당한 국가에는 방문 일정을 취소하거나 일정을 축소하는 것이 합당하다. 거기다 결과보고서에 해당 일정 동안의 활동 결과를 제출하지 못했으므로 시의회는 제16조에 따라 이 기간의 경비를 환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2. ‘부산광역시의회의원 공무국외출장에 관한 조례’ 부칙에 의하면 결과보고서 작성 시 출장계획에 따라 현지 일정이 진행되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항공권 및 열차‧버스 승차권, 호텔 등 숙박비 영수증 또는 대금청구서 등)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으나 여전히 결과보고서에 이 기준을 무시하고 있다. 따라서 계획서 일정대로 출장이 진행되었는지 시민들은 객관적으로 확인할 근거가 없다. 시의회가 시민의 세금을 쓰면서도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으며, 사후 정산서는 조례에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첨부하지 않고 있다. 시민을 대표하는 시의원들이 시민의 세금을 허술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3. 또한, 이번 출장이 공무국외출장의 취지에 맞는지, 효과적인 활동이었는지에 관한 문제이다. 1그룹의 방문 예정 국가 3개국 중 방문결과가 확실치 않은 튀르키예를 제외한 2개 국가 중 불가리아의 경우는 이미 다른 경쟁국을 지지한 상황이고 그리스의 경우는 부산 지지를 표명한 상황임에도 굳이 이곳을 방문하는 것이 어떤 유치 성과가 있느냐는 점이다. 그곳에서의 홍보 활동도 전단지 배포와 기념 촬영 같은 단순 거리 홍보 활동에 그치고 있다. 이런 홍보 활동은 현지의 민간 조직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활동이고 부산시에서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다.

4. 조례상 결과보고서의 작성 요령에 따르면 “결과보고서는 최신 정보·기술 및 제도개선에 관한 사항, 보고내용의 활용방안, 유사목적으로 공무로 국외출장을 하게 될 출장자를 위한 조언, 그 밖에 지방자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항을 포함하도록 하며, 그 활용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관련 통계·법령·문헌 등 구체적인 근거를 명시”하게 되어 있으나, 결과보고서의 내용은 단순한 국가 현황을 상당 부분 할애하고 있다. 결과보고서의 가치와 활용방안을 무색하게 하는 보고서의 수준과 내용이다.

5. 1그룹을 포함한 나머지 공무국외출장에 대해서 언론의 보도는 비판적인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 이유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언론사가 동행했기 때문이다. 사전 보도에서도 동행한 언론사의 기사는 기대와 희망을 보도했고, 출장 이후 함께 한 3개의 언론사는 비판은 없고 하나 같이 홍보성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시의회 사무국의 홍보활동이라고 해도 무방한 보도였다. 세금으로 가는 공무국외출장이 혁신과 변화가 없을 뿐만 아니라 문제투성이로 지속하는 것은 의원들의 문제가 기본이겠지만 편의를 받고 묵인해주는 언론의 몫도 큰 것이다. 권력을 감시해야 하는 의회와 언론이 누구를 감시하고 무엇을 비판할 수 있을지 스스로 자문하길 바란다.

이처럼 부산시의회 1그룹의 공무국외출장과 그 결과보고서는 목적과 내용에서 지금까지 시민들이 제기해 온 문제점들을 총망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전 심의위원회에서 방문 대상지, 일정의 수정을 요구했지만, 일정이 확정되고 티켓 예매가 끝났다는 이유를 들어 변경하지 않고 추진함으로써 연수 내용은 목적과 동떨어지기 일쑤이다. 결과보고서의 내용 또한 부실하고 방문 관련 근거 자료들은 첨부하지 않고 있다.

만약 엑스포 유치 홍보라는 목적으로 공무국외출장을 계획했다면 사전에 충분한 계획과 전략을 수립해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먹구구식의 홍보 행사에 막대한 시민 세금(4,300여만원)을 투입하고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제출한 출장계획서대로 지켜지지 않은 이번 공무국외출장은 그 기대 효과를 떠나서 시민들에게 지탄받아야 마땅하며, 제대로 준수되지 못한 출장에 대한 경비도 환수 조치해야 할 것이다.

(2023년 3월 16일)

부산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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