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장맛비가 내리는 10일 낮 12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가피모) 및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참사넷)는 옥시RB 여의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사진=가습기넷)

같은날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RB)는 3차 피해조사에서 1,2단계 판정을 받은 피해자에 대한 3차 배상안을 언론에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정부의 3차 피해조사에서 1,2단계를 판정 받은 피해자들에 대해 이전의 1,2차 판정자들과 같은 내용으로 배상한다는 것과 1,2차의 1,2단계 판정자 대부분과 배상에 합의했다는 내용이다.

▲ 최예용 소장이 실제 옥시의 배상대상은 12.6%(57명)에 불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가습기넷)

이러한 옥시측의 보도만 보았을 때 ‘옥시RB가 제대로 보상하고 있고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해결 수순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볼 우려가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옥시RB가 발표한 이번 3차 배상안은 지난해 발표한 1,2차 배상안에서 한 걸음도 나아진게 없다.

가습기살균제 사망자 1200명…하지만 옥시RB 배상안 ‘반쪽짜리’에 불과

최예용 소장(환경보건시민센터)은 “옥시RB가 배상하겠다고 밝힌 3차 조사 1,2단계 피해자들은 57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총 3차 총 접수자 752명의 7.57%(452명)에 대해서만 정부 판정(1,2단계)이 이뤄졌고, 그 중에서 실제 옥시RB의 배상 대상은 12.6%에 불과한 57명”이라고 설명했다. 즉 절대 다수인 87.4%(395명)의 피해자들은 배상도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옥시RB는 3,4단계 판정 피해자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은 입을 모아 이번 배상안은 ‘반쪽짜리 배상안’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공식피해 접수처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7월 7일 현재 5657명의 피해자가 피해신고를 했고, 그중 1212명이 사망자이다.

▲ 옥시레킷벤키저 가습기살균제를 쓰고 3단계 피해 판정을 받은 피해자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가습기넷)

신고된 피해자 중에서 피해판정은 982명에 불과하다. 더욱이 정부의 피해판정 등급의 문제로 제대로 된 지원과 보상을 받지 못하는 억울한 3,4단계 피해자와 판정불가 피해자는 늘어가고 있다.

형사재판 항소심 며칠 앞두고 생색내기식으로 배상한다는 옥시RB

피해자들은 옥시RB가 지금 시점에 보도자료를 낸 것에 대해  “이번 배상안은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형량을 낮추려는 꼼수”라고 입을 모아 비판했다. 강찬호 대표(가피모)는 “옥시RB는 지난 3월 정부의 3차 판정이 나오고도  수개월 넘게 눈치만 보고 있다가 오는 7월 21일 열리는 신현우 전 대표 등 옥시관계자들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형량을 낮추기 위해 배상안을 발표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한 형사재판에 9명이 연루되어 있고 이중 5명이 옥시RB 관계자들이다. 올해 1심 판결에서 신현우(징역 7년), 김진구(징역 7년), 최은규(징역 5년), 조한석(징역 7년), 존리(무죄) 등으로 선고된 바 있다.

▲ 최준호 처장은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일으킨 기업들에 대해 법의 심판은 물론 사회적 심판 끌어내 엄중한 책임을 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가습기넷)

최준호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수많은 시민을 죽음으로 몰고 갔음에도 여전히 옥시RB는 손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며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일으킨 기업들은 법의 심판대에는 물론 사회적 심판대 앞으로 끌어내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한편 가피모와 가습기넷은 “매주 월요일 12시 가습기살균제 책임기업 규탄 및 처벌촉구 캠페인을 진행한다”면서 “시민들의 많은 참여는 물론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양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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